티스토리 뷰
목차
영화 '파묘'의 줄거리
영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등 퇴마와 오컬트 장르를 주로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Exhuma)는 한국의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거액의 의뢰를 받은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미국으로 가서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 박지용을 만납니다. 조사를 통해 화림은 조상의 묫자리가 이 모든 일의 화근임을 알아차립니다. 화림은 이장, 즉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권합니다. 이후 화림은 한국으로 돌아가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찾아가 작업을 같이 하기로 제안합니다. 그렇게 상덕과 영근, 화림, 봉길은 의뢰인의 할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사유지로 폐쇄된 한 선산을 오르는데, 무덤이 위치한 곳은 산의 정상입니다. 상덕은 조상의 묘가 정상에 있는 점을 이상하게 여깁니다. 막상 묘를 본 상덕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왜냐면 사람이 묻히면 안 되는 '악지', 즉 안 좋은 땅이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상덕은 의뢰인인 박지용에게 일을 하지 못하겠다면 말을 합니다. 하지만 끈질긴 화림의 설득 끝에 결국 무덤을 옮기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이들은 박지용의 할아버지의 파묘를 시작합니다. 허름한 묘에서 무사히 관을 꺼내는 데 성공했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인해 화장(cremation)을 하지 못합니다. 비 오는 날에 화장하면 조상이 좋은 곳으로 못 간다는 속설이 있어서 상덕은 화장을 미루자는 제안을 합니다. 영근은 아는 병원 영안실에 하루만 모셔놓기로 합니다. 하지만 영안실 관리자가 호기심 때문인지 관을 열어봅니다. 관이 열린 순간, 조상신이 혼령으로 빠져나와 파묘를 한 일꾼, 미국에 있는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까지 해를 끼칩니다. 그렇게 재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립니다. 결국 파묘를 의뢰한 박지용까지 죽어버리자 화림, 봉길, 영근과 상덕 이렇게 네 사람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모입니다.
파묘의 숨은 해석
영화 "파묘"에는 숨어있는 해석들이 있습니다. 우선 '파묘'(Exhuma)의 뜻을 아는 게 좋습니다. 파묘의 정식 뜻은 묘를 옮기기 위해 무덤을 파낸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오컬트 장르인데, 오컬트의 뜻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주술이나 유령 등 영적 현상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영화 "파묘"에 나오는 등장인물에는 큰 뜻이 숨겨져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독립운동가의 이름이라는 겁니다. 풍수사 김상덕의 이름인 '김상덕'은 실제 일제강점기 때, 조선독립청년단 대표로서 독립선언을 주도하였고, 한국독립군 참모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입니다. 장의사 고영근의 이름인 '고영근'은 실제 독립협회에서 활동하며 정부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개혁개방운동을 전개한 독립운동가입니다. 무당 이화림의 이름인 '이화림'은 일제강점기, 조선의용대 여자복무단 부대장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입니다. 이화림의 파트너인 윤봉길의 이름인 '윤봉길'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운동가입니다. 이화림의 친구로 등장하는 오광심과 박자혜 이름도 실제 독립운동가의 이름입니다. 이름뿐만이 아니라 차 번호에도 숨은 뜻이 있습니다. 이화림이 타고 다니는 차의 번호는 0301, 즉 대한민국이 일본 제국으로부터 독립 선언한 날짜인 '삼일절'입니다. 김상덕이 타고 다니는 차의 번호는 0815, 즉 한반도가 일본 제국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의 날짜입니다. 고영근이 운영하고 있는 장의사 가게 이름도 '의열 장의사'로 항일 무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장의사 영근이 타고 다니는 차 번호는 1945로 8월 15일 대한민국 광복절 연도가 1945년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들의 이름들 외에도 영화에서 나오는 '보국사'라는 절의 이름 또한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들이 독립운동가의 이름들이고, 차량번호도 일제강점기에 관련된 번호를 사용했습니다. 영화 '파묘'는 단순히 한국형 공포 영화가 아닌 항일 정신이 깃든 영화라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결말과 관람평 (스포일러 있음)
처음 관에서 나온 조상신을 없애기 위해 상덕, 영근, 화림과 봉길을 힘을 합칩니다. 결국 관을 태워서 조상신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묘를 옮기는 데 참여했던 일꾼이 갑자기 병에 걸리면서 이상함을 느낀 상덕은 다시 묫자리로 찾아갑니다. 땅도 더 깊게 파보니 그 아래 더 큰 관이 있었습니다. 상덕은 화림, 봉길, 영근을 불러 관의 상태를 살펴봅니다. 관은 일반 관이랑 조금 달랐습니다. 엄청나게 큰 관은 세로로 묻혀 있었고, 쇠창살로 꽁꽁 묶여있었습니다. 불길한 기운을 느낀 네 사람은 서둘러 화장을 하기 위해 관을 차에 옮겨 싣고 갑니다. 하지만 비가 와서 근처 '보국사'라는 절에 하룻밤을 지냅니다. 알고 보니 관 안에 있던 것은 일본의 다이묘 도깨비였습니다. 이 도깨비는 일제 강점기에 만 명의 한국인을 죽인 일본 장군이었습니다. 도깨비는 무당 화림을 위협했고, 화림을 도와주러 온 영길이 대신 큰 상처를 입습니다. 이후 상덕은 일제 강점기 때 한국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한반도 허리 부분에 정확히 위치한 무덤에 일본 장군을 묻은 걸 깨닫게 됩니다. 상덕은 다음 세대를 위해 도깨비를 없애야 한다며 화림과 영근을 설득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상덕은 도깨비를 무찌릅니다. 영화 '파묘'는 초반부에 귀신 얼굴이 붙은 뱀과 관에서 빠져나온 악귀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창문을 열면 악귀가 들어올 수 있는 부분, 창문에 비친 악귀의 모습,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악귀의 묘사는 오싹한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불길하고 음산한 느낌의 음악과 효과음이 상당히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이야기 중반까지 악령이 자신의 핏줄들을 해치기 시작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악령을 해치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직으로 세워진 또 다른 관을 발견하면서 영화의 내용은 더 흥미진진해졌습니다. 하지만 관에서 나온 건 더 강한 악령이 아니라 일본 장군 혼령이 나옵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공포 영화 장르에서 크리쳐물 장르로 전환됩니다.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겐 오히려 다소 실망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좀비도 아니고 미라도 아닌 괴물 형태가 위협을 주기 시작하니 조금 황당함이 있었습니다. 초반까지 스산한 분위기를 잘 이끌다가 탄탄했던 기반이 무너진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굉장히 훌륭합니다. 실제 각 분야의 전문가처럼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초반까지는 공포 영화로서 훌륭합니다. 아쉬운 부분이 물론 있지만 저는 한국의 오컬트 영화로서 흥미롭게 봤습니다.